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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첫 헌팅 당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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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6-17 11:05:25 

남들보다 뒤늦게 사춘기를 고2때 맞이한 삶에 대한 고민을 하며 논두렁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는 등 당시 나는 방황의 길을 걸었다. 
그때 나를 잡아준 은인이 바로 담임 선생님이셨다. 선생님께서는 잠시 비뚤어지려는 내게 때로는 사랑의 매를 그리고 때로는 힘이 되어준 한마디를
던져 주시며 나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셨다.
특히 대학을 가서 뭐하나 하는 생각을 할 때 선생님께서는 서울의 지하철 2호선 노선도를 보여주시며 

"성성아 봐라.. 서울에 대학 많지? 그리고 예쁜 여자도 여기랑 비교되지도 않게 억수로 많다. 공부해서 대학가면 다 사귈 수 있어."

"선생님 저 같이 생긴 촌놈도 좋아해주는 여자가 생길까요?"

"그럼! 서울에 남자 애들이 희멀건하게 생겨서 너 같이 까무잡잡한 애들이 인기가 많아. 일단 서울 가 봐라. 내 말이 맞는 지 틀리는지."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 열심히 할게요."

"그래. 그런데 그냥 들어가려고? 그냥 들어가면 서운하잖아. 한 스무대만 맞고 힘내자 우리!"

선생님은 동기부여와 채찍질을 동시에 하시며 방황하는 제자의 학구열을 불태워주셨다. 그렇게 나는 서울의 여자를 구경하기 위해 아니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공부를 했고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대학에 입학했지만 모든 것은 내 생각과 반대로 움직였다. 오리엔테이션 때는 "한국 분 이세요?", "혹시 재수 아니 삼수 하셨어요?"
라는 등 조카 대신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한 열혈 삼촌 취급을 받았다. 
신입생들을 모집하는 동아리 홍보 기간에 아무도 나를 잡지 않아 내 발로 먼저 찾아간 동아리의 한 여자 선배는 내게 "죄송하지만 저희는 예비역은 
받지 않거든요. 선배님 정말 죄송합니다.." 라는 냉혹한 세월의 풍파를 얼굴로만 맞은 듯한 외모에 대한 평가를 받았다.  

그렇게 입학 후 2개월을 보냈을 때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마음을 비운 채 무념무상무녀의 정신상태로 수업을 받으러 가고 있을때 누군가 내게 
말을 걸었다. 

"저기 혹시 신입생 이세요?"

"뭐야.." 하며 돌아서는 데 단정하게 검은 정장을 입은 한 여성분이 내게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네 신입생인데요. 재수 삼수 안했고, 군대 가야하는 스무살입니다."

"하핫.. 스무살 처럼 보이는데요." 

처음이다. 내 얼굴을 보고 #외국인 #예비역 #싸와디캅 #삼수생 이 아닌 풋풋한 신입생으로 봐준 최초의 사람이다. 

"어라.. 감사합니다."

"혹시 전공 좀 물어봐도 되요?"

"네. ** 과인데요."

"아 **과구나! 저는 **과는 아닌데 같은 단대를 졸업한 선배야!"

우리과 아니 우리 단과대는 강의실이든 과방이든 지겹게 밤꽃냄새만 항상 물씬 풍겨 산적들 같은 남정네 소굴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런
여신이 있었다니 그리고 이런 여신같은 선배 아니 여성분이 내게 말을 걸어주다니 대학 입학 후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응.. 그런데 시간 있으면 잠시 우리 잠깐 편하게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편하게 이야기 하자 = 나에 대해 좀 알고 싶다 = 나한테 관심이 있다 = 말로만 듣던 '헌팅!!!' 이라 생각한 나는 나를 헌팅해주신 용감한 선배님의
호의를 거절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잠시 내게 출신성분 (고등학교, 고향 등)을 묻더니 "너 그런데 영어 공부는 준비하고 있니?" 로 시작해서
1학년때부터 왜 토플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지 토플의 중요성에 대해 약 10분간 설명했다. 하지만 곧 수업시간이 다가와 나는 그녀에게 정중하게 
"제가 수업시간이 되서 그런데.." 라고 했을 때 그녀는 그럼 약속 시간을 정하고 다시 만나자고 했다.
다시 만나자 = 애프터 신청 = 나의 외모를 확인하고 대화를 나눴음에도 불구하고 또 보고 싶다는 것은 관심이 있다 = 연하남인 나랑 사귀고 싶다 
라고 생각한 나는 흥분해서 수업만 끝나면 달려나오겠다고 그녀에게 다짐했다. 

"그거 교재 팔려고 하는 속셈이다. 절대 가지 마라!" 라는 친구들의 만류가 있었지만 나는 불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수업이 끝나자마자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그런 막무같은 내가 걱정되는 친구들은 내 뒤를 조용히 따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약속한 장소에 다소곳하게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내가 비지땀을 흘리고 달려 갔을 때 "왔구나!" 하며 마치 기다리던 남자친구가
온 것처럼 나를 반겨줬다. 오랜 시간 나를 기다려주고 웃으면서 나를 반겨주는 그녀를 나도 모르게 포옹할뻔 했지만 처음부터 진도가 너무 빠르면 
안될 거 같아 참았다.
그리고 우리는 벤치에 앉아 그녀의 영어 공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듣고 있었다. 그녀가 계속 말을 하지만 그녀의 말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지금 다른 사람들과 친구 녀석들 눈에는 예쁜 여자친구와 데이트하는 것처럼 보이겠지.." 하는 행복한 상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성성아 목 마르지 않아? 누나랑 시원한 데서 음료수 마시면서 우리 더 이야기 할까?"

"그럼요! 가요! 가요! 저 목말라요.." 

그녀는 나를 이끌고 학교 밖 카페로 데려갔다. 지금 생각하니 그 카페에는 나처럼 순진하게 따라온 딱 봐도 신입생으로 보이는 풋풋한 외모의
아이들이 우리보다 서너살 정도 나이가 들어보이는 남자, 여자에게 설명을 듣고 있었다. 

우리는 카페의 구석진 곳에 같이 앉았다. 그녀의 옆에 앉고 싶었지만 첫날부터 스킨십은 부담을 줄거 같아 그녀의 맞은 편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는 가방에서 교재 같은 것을 꺼내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역시 그녀의 말을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에 대한 내 마음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나는 용기를 내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누나! 이 교재 내가 다 살테니까 나랑 사겨요!"

"아아악!!! 뭐야!! 왜 이러세요!!"

"누나랑 열심히 토플 공부할테니까 나랑 만나요!! 물론 가끔 딴 짓은 하겠지만.."

"아악!! 놔! 놔!!" 그녀는 마치 뱀을 잡은 것처럼 내 손을 뿌리치려 노력하고 있었지만 나는 꽉 잡은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다.

소곤소곤 대화가 오가던 카페가 그녀의 비명으로 가득찼다. 그리고 남자 세 명이 우리 테이블로 오더니 "뭐 하시는 겁니까!" 이러며 내 어깨를 
비롯한 신체 부위를 잡았다.

"아 씨! 당사자 아니면 놓으라고! 왜 남의 연애사에 관여해!" 사랑에 빠진 자는 용감하다! 나는 그 순간 두려움이라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 세 명의 남정네들에 의해 카페 밖으로 끌려 나갔다. 끌려 나가며 나는 "누나!! 우리 만나요!! 토플 교재 살게요!!"를 외쳤다.
카페 밖에는 친구 두 놈이 그런 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 그녀는 나를 헌팅하려다 오히려 먹잇감에 헌팅당할뻔한 굴욕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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