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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K리그1 POINT] '개혁'의 칼 빼든 연맹, 목표는 K리그의 '지속 가능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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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2-18 15:39:44
[인터풋볼] 정지훈 기자= K리그를 주관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개혁의 칼을 꺼내들었다. 목표는 하나다. K리그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다. 이를 위해 연맹은 '비율형 샐러리캡', '로스터 제도', '승리 수당 상한선 설정-베팅 폐지' 등 과감한 개혁안을 마련했고, 선수, 구단, K리그가 모두 상생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이 K리그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개혁의 칼을 꺼내들었다. 연맹은 지난 15일 2020년도 제8차 이사회를 개최해 ▲총재선거관리위원회 구성안, ▲선수규정 및 경기규정 개정, ▲선수 임대 제도 개편, ▲'프로 B팀' 운영, ▲K리그 경영 효율화 방안, ▲연맹 마케팅 자회사 설립 등을 의결했는데, 이중 K리그 경영 안정과 효율화 방안에 맞춘 세부 항목에 시선이 향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구단 경영수지의 지속적인 악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연맹이 마련한 효율화 방안은 ▲2023년부터 '비율형 샐러리캡 제도' 도입, ▲2023년부터 '로스터 제도' 실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2년간 '승리수당 상한선 설정' 등 크게 세 가지다.
# K리그판 FFP, '비율형 샐러리캡'의 목표는 지속 가능한 성장
프로 스포츠에서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과도하게 치솟은 구단 인건비에 대한 대책이다. 특히 K리그는 각 구단의 자체 수입 비율이 낮은 상황에서도 선수단 연봉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이에 연맹은 지난 2013년 선수 연봉 공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지만 실질적인 대책이 되지는 못했고, 올해는 코로나 충격파로 인해 구단의 재정은 더 어려워졌다. 이에 연맹은 K리그 각 구단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대대적인 개혁안을 마련했고, 이중 하나가 '비율형 샐러리캡'이다.
먼저 '비율형 샐러리캡'은 이번에 K리그와 MOU를 체결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시행중인 제도로, 구단의 총수입 중 선수단 인건비 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일정 비율을 초과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다.
'샐러리캡'이라는 말에서 K리그가 구단 간 연봉 격차를 줄여 평준화를 도모한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KBL, KOVO 등 현재 타 프로종목에서 시행중인 '금액형 샐러리캡'과는 방식, 목표, 취지가 전혀 다르다. '금액형 샐러리캡'은 리그에 참가하는 모든 구단에 일괄적으로 연봉 총액의 상한선을 적용하는 방식인 반면, '비율형 샐러리캡'은 지출 가능한 연봉 총액의 상한선이 구단 총수입과 연동되므로, 구단의 총수입 규모에 따라 구단별 연봉 상한액이 달라진다.
이는 선수단 인건비의 과도한 지출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통제해야 할 필요성과 더불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구단 간 예산 격차와 투자 의지가 있는 구단의 의사 존중, AFC챔피언스리그를 치르는 구단들의 국제 경쟁력 유지 필요성 등을 함께 고려하여 마련된 방안이다. '비율형 샐러리캡'에 따르면 선수단 인건비 비중이 일정 수준을 넘어선 구단에 대해서는 초과비율에 따른 '사치세'가 부과되며, 징수된 '사치세'는 각 구단에 재분배하여 생산적인 부문에 재사용되도록 유도하게 된다.
쉽게 말하면 구단의 수입 한도 내에서 적정 수준의 연봉을 지출하고, 그 외의 비용은 구단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투자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만약 구단이 선수 연봉을 더 쓰려면 수입도 그 만큼 늘리면 되는데 실질적으로는 최근 유럽축구연맹(UEFA)이 도입하고 있는 FFP(재정적 페어플레이)와 더 닮았다.
'비율형 샐러리캡' 제도의 도입 배경은 K리그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있다. 그 동안 K리그는 양적으로 팽창해왔지만 내실 있는 성장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달리고 있다. 선수 연봉은 해마다 올라가는데 구단의 규모와 역량은 몇 구단 빼고는 성장한 곳이 없고, 선수단에 투입되는 비용과 구단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토대인 인프라 · 사무국 · 마케팅 · 유소년 등의 분야에 투입되는 비용이 적정한 균형을 이뤄야 프로스포츠의 두 축인 '경기력'과 '흥행'이 동반 성장할 수 있다.
한 마디로 구단의 역량은 저절로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선수단처럼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수단의 연봉은 적정 수준으로 지출하고 그 외 나머지 예산은 장기적 발전을 위한 분야에 투자한다면 K리그 구단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근본적으로 단의 재정 상황을 고려한 합리적인 예산 배분과 장기 발전 분야에 대한 투자가 병행됨으로써 궁극적으로 구단 수입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비율형 샐러리캡' 제도의 목표다.
축구 종목으로 보면 미국 MLS, 호주 A리그가 시행하고 있고, 중국 CSL도 과도한 인건비 지출을 버티지 못해 샐러리캡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렇듯 선수단의 연봉 문제는 전 세계적인 이슈고, 연맹은 앞으로 2년간 스페인 라리가의 '비율형 샐러리캡' 모델에 대한 연구 및 구단들과의 실무 논의를 통해 적정 인건비 비율과 사치세 비율 등을 도출하고 2023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2년의 유예기간을 둔 것은 현재 K리그 구단들이 수용 불가능한 정도의 비율이 도출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고, 연맹은 꾸준하게 보완해 수익에 비해 과도하게 연봉 지출을 하는 현상을 바로 잡겠다는 확실한 목표를 세웠다.
# 젊은 선수들 육성+비리 근절, '로스터 제도'의 기대 효과
연맹이 마련한 K리그 구단 효율화 방안 중 두 번째는 '로스터 제도'다. 이 제도는 구단의 등록선수를 일정 수 이하로 제한해 과도한 규모의 선수단 운영을 제재하기 위함이다. 이미 유럽을 비롯한 다수 선진 리그에서 시행중이고, 영국 프리미어리그와 이탈리아 세리에A는 25명, 미국 MLS는 30명, 호주A리그는 23명으로 로스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로스터 제도'는 이미 수년 전부터 K리그에 꼭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동안 K리그 선수단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은 꾸준하게 있어왔고, 특히 일부 시,도민 구단은 최근까지도 40명에서 많게는 50명에 가까운 방만한 선수단 구성을 가져갔다. 연맹이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구단 당 평균 등록 선수 수는 41.7명인 반면 6경기 이상 출장한 선수는 평균 26명이었다.
연간 26명의 선수로도 충분히 운영이 가능함에도 코칭스태프의 욕심, 인맥, 심지어 청탁 등으로 불필요한 선수를 영입하는 사례가 많았고, 이는 방만한 구단 운영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과도한 선수단은 구단 재정에도 악영향을 끼쳤는데, 이번 제도를 통해 비리 근절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로스터 제도'는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2023년에는 32명, 2024년에는 30명, 2025년에는 28명 등으로 등록인원을 줄여간다는 계획이다. 일부에서는 '로스터 제도'가 시행되면 젊은 선수들의 육성이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등록 로스터 내에는 일정 인원의 U-22 선수 및 구단 산하 유스팀 출신 선수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해 젊은 선수들의 육성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의 운영 결과를 평가하여 2026년에는 등록인원을 재조정한다.
여기에 연맹은 2023년 '로스터 제도' 시행을 앞두고 경고누적에 따른 출장정지 기준 완화, 준프로계약 활성화, 프로 B팀 운영 등 보완조치를 준비할 예정이다. '로스터 제도'의 시행은 선수단 인원의 적정 수준 유지를 통한 재정균형성 확보와 더불어 자구단 유스 선수 및 U-22 출장기회 확대 등 젊은 선수들의 육성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된다.
# 코로나 직격탄 맞은 K리그 구단들, '수당+베팅' 폐지하는 이유
2020시즌 K리그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리그 일정이 축소됐고, 구단들의 재정적 어려움이 가속화됐다. 연말에 최종 결산을 앞두고 있지만 상당수 구단이 연초 예상 매출액에 비해 크게는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고, 올해 홍보효과가 적었기 때문에 내년도 모기업과 지자체의 후원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불안정성 때문에 자체 스폰서십 유치도 기대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이런 이유로 연맹은 각 구단들의 처한 재정 위기를 시급한 문제로 판단했고, '비율형 샐러리캡'과 '로스터 제도'의 도입을 준비하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의 유예기간 동안에도 시급하게 비용 절감을 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했다. 이에 연맹은 선수들에게 가장 민감한 문제인 승리 수당과 추가수당(베팅)에 대해 칼을 댔다.
그 동안 과도한 승리수당 지출과 베팅 관행은 구단 간 출혈경쟁을 야기하고 구단의 장기적 발전 분야에 대한 투자를 저해하는 원인으로 거론되어 왔다. 프로야구의 경우 지난 2016년 승리수당 금지와 함께 위반 시 제재금 10억 원 및 선수지명권 박탈 등 중징계를 규정화한 바 있고, 이제는 K리그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22개 구단의 대표자들이 모두 찬성한 안건이었다. 이유는 분명했다. 처음에는 일부 스타급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수십만 원 수준이던 승리수당이 이제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까지 상승했고, 승강이나 파이널A 진입 등 중요 시점에 암암리에 진행되는 베팅은 심지어 1000만 원 이상까지 치솟았다. 수당으로 인한 재정 압박이 이제 감당할 수 없는 임계점에 돌입했다는 이야기가 현장, 구단을 통해 나왔고, 연맹은 22개 구단의 요청에 따라 이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했다.
물론 승리 수당에 대해서는 현장의 반발도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 이에 연맹은 2021시즌에 곧바로 승리 수당을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K리그1은 경기당 100만원, K리그2는 경기당 50만원을 승리수당의 상한선으로 정하기로 결정했다. 승리 수당을 곧바로 폐지했을 때 연봉이 낮은 선수들이 피해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고, 결국은 향후 2년간 유예기간을 두기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K리그 발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베팅은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연맹은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추가 수당을 전면 금지하면서 이를 위반하는 구단에 대해서는 K리그1 최대 10억 원, K리그2 최대 5억 원의 제재금 부과하고, 적발된 날로부터 가장 가까운 1회의 등록기간에 신규 선수 등록 금지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또한 엄격한 감시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상한선을 초과하는 승리수당 지급 또는 베팅 사실을 제보하는 자에게는 구단에 부과된 제재금액의 한도 내에서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승리 수당 상한제, 베팅 금지에 대해 K리그2의 한 구단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연맹의 이번 조치에 찬성한다. 특히 K리그2 같은 경우는 승격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그동안 '베팅'이 암암리에 진행됐었는데, 솔직히 구단 입장에서는 힘들었다. 계약서에 명시된 수당만 지급하고, 상한선이 설정된다면 구단의 장기적인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고, 1년 계획을 세우는 것이 수월해진다. 또한, 그동안 부족했던 마케팅에 좀 더 힘 쓸 수 있다는 생각이다"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이어 연맹 관계자는 "그 동안 암암리에 진행되던 베팅 근절이 1차적 목표이고, 계약서에 승리수당을 명시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도 필요하다. 단, 2023년 비율형 샐러리캡이 도입되면 구단별 연봉 상한선이 어느 정도 정해지기 때문에 승리수당을 지급해도 한도 내에서 지급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고, 따라서 2023년경에는 재검토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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